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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emorandum/책을 읽다

[하워드의 선물] 지금 걸려넘어진 그 자리가 당신의 전환점이다.

전환점이란 단지 살짝 변화만 주는 그런 차원이 아니야.

지금까지 달려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어야 할 지점이지.

그 속에는 우리가 숨은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엄청난 힘이 들어있어.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처음이기 때문에 한 번도 안 가본 길을 가는 것과 같아.

그럼 어떻게 해야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

다행히 세상은 구석구석에 전환점이라는 의미 있는 지표들을 숨겨놨어. - p30


인생은 무엇인지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지만, 정말 어려운 문제다. 현재 서른을 앞둔 내게 있어 어느 때보다 강한 질문을 던져오고 있다.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서른이 되면 안정된 경제력과 직장을 다니면서 고민을 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서른에 다다르니, 20대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철없이 행동하는 것은 여전하고 깊은 생각보다는 직감적으로 행동할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여전히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30대와는 전혀 다르다.


『하워드의 선물』은 1년 전에 읽었었는데, 올해에만 세 번째로 읽는 중이다. 인생이라는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은 제시해주지 않지만,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이야기의 첫 장으로 '전환점'이라는 주제가 나온다. 위에 쓰여있듯이 전환점이란 인생에 찾아오는 중대한 기회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 기회를 더 깊이 고민하지 않고 단순하게 반응한다.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그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대부분 그냥 흘려보낸다. 나 역시도 26살 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뭐 해야 할지 고민은 했지만, 일단 졸업하면 어떻게든 길이 열릴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열 번이 넘는 면접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취업하지 못하면서 그때야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내가 제대로 인식한 '전환점'이지 않았나 싶다. '내가 이 길을 가야 하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없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들어갔던 회사를 나오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바로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었지만 공부할수록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웹 퍼블리셔로 도중에 목표를 수정했다.


여행자는 스스로 길을 걷지만, 

방랑자는 길이 대신 걸어준다.


내 미래를 추측만 하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에 비해 아주 형편없는 행동이라는 것을 이때의 경험으로 알았다. 즉,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인생은 내가 선택하고 부딪히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지만,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중간에 무리 없이 경로를 수정할 수 있었다는 건 내게 있어 '운'이 작용한 셈이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작업한 결과물이 화면에 보이고 완성됐을 때 뿌듯함을 느꼈기 때문인데, 웹 퍼블리셔로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웹 퍼블리셔로 진로를 수정하는데 거부감이 없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중대한 갈림길에서 내린 결정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후회는 없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내 선택으로 인한 감수해야 할 것들은 나에게서 끝나야 한다는 것. 나로 인해 가족과 가까운 사람이 피해를 보는 선택은 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수 많은 전환점이 나타나겠지만 그럴 때마다 그 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바짝 정신차리고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