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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emorandum/마음 다잡기

행운과 불운은 양립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좋은 경우도, 나쁜 경우도 없다.



프리랜서로 일한 지 4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최근 들어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우려했던 것보다 상황이 잘 풀렸다고. 곰곰이 돌아보니, 내가 꾸준히 해온 것도 있지만 확실히 운이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 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경제적인 타격이 컸다고 한다. 국가 간의 교류가 제한이 걸리고, 사회 활동에 제약이 걸리면서 전반적인 경제 흐름이 더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수혜를 누렸다. 정규직 고용에 부담을 느낀 많은 기업들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외주로 돌렸고, 일할 준비가 되어있던 나는 적지 않은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다. 때문에 내가 가진 역량에 비해 많은 행운이 따라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잘 풀렸던 만큼 힘든 구간도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에 대한 대책도 생각하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론 더 잘 풀렸으면 하는 게 본심이다.

 

행운과 불운은 한 뿌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행운과 불운은 모든 결과가 개인의 노력 외에 여러 힘에 의해 좌우됨을 보여준다. 내가 만약 조금만 더 북쪽에서 태어났다면 지금 같은 자본주의를 누리기는 커녕, 하루하루 연명하는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불과 70여 년 전, 이 땅은 전쟁으로 황폐화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때 이 땅을 지킨 영웅들이 함께 살고 있다. 먹고사는 것, 생존 자체가 현실이었던 그 당시를 살지 않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시대에 사는 것은 정말이지, 운이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고속 성장을 넘어 성장이 정체된 시기에 살고 있어 조금만 현실에 안주하면 도태되는 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내가 몸 담고 있는 개발 직군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변화하고 있다. 느슨해지는 순간, 뒤쳐진다. 그래서 늘 긴장하며 삶의 키를 잡고 잘 나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뇌이고 고민한다.

 

이처럼 행운과 불운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동전을 튕긴 후 잡았을 때, 그것이 행운인지, 불운인지 열어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을 너무 운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기엔 개인의 노력도 무척 중요하다. 내가 직장을 다닐 때, 주어진 업무에만 만족하면서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프리랜서가 아니라 여전히 직장인으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직장 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굉장히 대단한 일이다. 나는 그러지 못했기에 오랫동안 직장 생활하는 이들을 존경한다.

 

행운과 불운이 내 삶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면서 최상의 시나리오를 바라는, 그런 마인드로 살면 좀 더 걱정이 덜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